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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fe/& Latte of 아르미

다사다난 군스토리 - 8(터졌구나~)

최근 용사들이 일과 후 스마트폰 사용을 허가하면서 군 내에서 곪아터진 부분이 외부로 하나 둘 이슈화 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케이크사건 또는 격리시설사건이 대두되었는데, 실제로 현역시절 내가 겪었던 부분이었기 때문에 조금 언급을 해보고자 한다

 

1. 케이크사건은 부대+ 담당 간부가 100% 잘못한게 맞다

- 군 부대에 자대배치 받기 전부터, 아니 병무청에서부터 용사에 대한 신상정보는 이미 확보가 된다. 이후 훈련소에서 해당 인원에 대한 보다 상세한 정보가 수정,업데이트되며 이 부분에서 당연히 생일정보는 입력된다. 이 데이터는 군 자체 인사시스템에 저장이 되고, 용사가 자대배치를 받게 되면 해부대에 그 데이터가 넘어가게 된다. 그러면 인사시스템 + 군수시스템, 재정시스템 등이 상호작용하면서 그 인원에 대한 인사데이터는 물론 군수, 예산도 당연히 배정된다.

 

- 자대배치 받은 용사는 장교 기준으로는 최소 소대장이 관리하며, 주기적으로 해당 인원에 대한 세심한 관리를 하는것이 간부의 필수적인 업무이다. 즉, 생일 정도는 모를 수가 없다는거.....

 

- 생일특식비용 같은 경우 급식에 해당하는 문제라서 아마 군수계통으로 내려가는 예산일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을 한다면 이 예산을 사단에서 일괄집행하는건 거의 불가능하다. 부대별로 생일 인원을 다 파악해야하고, 사단급에서 해야할 업무라기엔 너무 소소하기 때문에 시기적절하게 예산을 집행한다면 최소 대대급에서 운영해야하는게 맞다.

기사에 보도된대로 이해하자면 대대급에서 납품업체를 선정하고 계약을 해야한다는 것인데, 웃기는건 또 대대급에서 '납품업체'라는걸 함부로 선정할 수가 없다.

내가 근무하던 지역만 하더라도 최전방부대여서 이곳까지 생일케익을 납품하는 부대가 어디있을까~ 그냥 월단위로 묶어서 군수담당간부가 시내에 나가서 빵집에서 주문해서 예산집행하는게 더 빠르고 정확한 예산집행을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납품업체 미선정으로 인한 어쩌구저쩌구는 그냥 다 핑계고 예산을 똑바로 집행하지 않은 부대, 간부가 잘못한거다.

아마 이 사건이 기사화되고나서 육본에서는 각 부대별 예산집행사항 전수조사부터 시작해가지고 쇼를 시작했을테고, 위 부대처럼 제대로 집행안한 부대는 부리나케 영수증처리하고 용사들 입막음 시키느라 정신없겠지? ㅋ

 

2. 격리시설사건은 지휘관의 관심부족이다

- 작년 1월 코로나가 터지면서 군부대는 그냥 '마비'가 되어버렸었다. 6월 전역이었던 나도 전역 당일까지 휴가통제였고,(물론 자의적으로 조기전역을 안한 것도 있다) 전반기내내 훈련은 모두 중단되었고, 방역대책본부가 운영되면서 매일매일 지역 확진자 및 쓰잘데기 없는 방역회의 하느라 비정상이 정상이었던 시즌이 있었다.

본격적으로 주둔지내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내 퇴근은 사라졌다

- 전역 D-30 결국 사건이 터졌다..... 이태원클럽발 죽순이가 쏘아올린 작은 코로나가 점점 커지더니 n차 전파감염으로 우리부대 휴가복귀한 용사 1명이 부대에 들어오자마자 확진판정을 받은 것이다. 함께 휴가복귀를 한 용사들과 이를 현장에서 관리감독했던 간부 일부가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어 복귀와 동시에 자가격리에 들어가게 되었다.

나는 퇴근과 동시에 출근을 했고, 보좌관님과 함께 밤새 격리시설 확보에 들어갔다. 주둔지 내에 부대이전으로 인해 미사용되고 있던 유휴주둔지를 바로 격리시설로 개조하고, 냉,난방시설과 온수시스템까지 완벽히 보수했다.

1인 1실을 운영하는건 어렵지 않았는데 문제는 화장실!!! 공동시설이다보니 화장실이 개별적으로 나눌 수 없다보니 정말 난감했다.

결국 우리가 선택한 방법은 아래와 같다

대대급 건물에 화장실이 4개, 위 사진처럼 화장실을 기준으로 복도를 막아버리고 1인 1실을 제공했다. 저 크나큰 건물에 4명이 자가격리를 하는 아주 공간활용성 제로였지만, 어쩔 수 없지..... 개인 위생과 지침을 따라야하니까....

 

그리고 부대 회관 1인1실 자가격리 공간을 확보하고, 군단 회관도 확보하고, 다른 유휴주둔지도 곧장 보수해서 20여개의 격리시설을 확보했고, 지휘관께서 현장 확인 후 격리인원들이 바로 투입되었다.

뿐만 아니라 인원들에 대한 식사추진, 현장 관리감독 간부배치, 시간단위로 파악하면서 애로사항 및 상태확인..... 이 모든 업무가 24시간만에 해결되었다.

 

격리기간동안 어느 누구도 격리생활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지휘관께서 주기적으로 격리시설을 찾아 인원들을 격려해주시고, 날이 갈수록 더욱 세심한 관리가 되도록 지시하셔서 2주 뒤 모두 음성판정을 받고 완벽한 임무수행으로 자칭 '코로나작전'이 무사히 끝났다

 

최전방 부대에서도 이정도를 해냈는데, 1인 1실에 난방시설도 안되고, 누수는 기본에 화장실은 무슨 양동이.....

이건 1차적으로 지침위반사항에 2차적으로 지휘관이 관심이 없었던거다. 자격이 없는거다......

 

요즘 무슨 당나라군대가 되어간다.... 말이 많은데.... 솔직히 용사들은 그렇다쳐도 간부마저 당나라군대가 되면 안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