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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fe/& Latte of 아르미

다사다난 군스토리 - 6(나는야 리모델링 전문가#2)

군스토리 4편을 포스팅해놓고 건강상의 이유로 2주넘게 블로그 포스팅을 쉬었더니 감이 떨어졌다 ㅎ

지난편에서 X고생하면서 결국 부대 역사관을 꾸역꾸역 만들어냈다는 스토리를 올렸었다

 

그 뒷스토리를 이어서 해보려 한다

 

역사관을 만들면서 여러 문제점이 있었는데 다른거 다 제껴놓는다쳐도 가장 크게 문제되는 사항이 하나 있었는데

그건 바로 '습기'였다....

건물 자체가 몇십년동안 머금고 있는 습기는 물론, 건물이 산 중턱에 위치해있고, 산에서 내려오는 계곡과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배수로가 겹치는 곳이라 365일 습한 곳이어서 습도가 40% 이하로 절대 내려가질 않는다.....

그렇게 구조적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한 결과.....

위 사진처럼 천장이 습기를 머금으면서 내려앉기 시작했다 ㅋㅋㅋㅋㅋㅋ

뭐 상급자분들은 천장에 매달려있는 구조물이 무거워서 그걸 천장 석고보드가 아니라 천장 기둥에 단단히 고정해야 한다고 하는데

내가 구조물 설치할때 옆에서 보조해서 아는데 절대 저 구조물이 천장을 주저앉힐만큼 무겁지 않다

심지어 시공업체 대표님도 말도안되는 소리라고 코웃음칠정도 ㅎ

애시당초 습기해결 안하고, 천장 석면 해결안하고 무거운 석고보드로 마감하고 더구나 물 잘먹는 석고보드로 타카질만 했는데

그게 단단하게 고정될거라 생각하는거 자체가 바보~~~~

 

어찌됐건 이곳저곳 예산 끌어다쓰면서 역사관 리모델링은 해냈고, 전역 전까지 더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으니 패스~

 

그리고 찾아온 또다른 시련.....

바로.... 도서관 리모델링....

각 사단급 부대는 왠만하면 복지회관을 운영하곤 한다 물론 우리부대도 마찬가지.

2019년 후반기에 군청에서 갑자기 지역 장병 및 군가족을 위한 도서관을 만들어주겠다고 한것이다

뭐, 복지관련한 문제였기에 초반엔 크게 신경을 안썼는데..... 막상 공사 마무리 단계로 접어드니까 이게 내 업무가 되어버린 것이다

왜? 나는 기록물담당관 공석을 1년째 겸직하고 있으니까~ ㅎㅎ

병영도서관 업무 전반을 담당하는 기록물담당관이 없으니까 나에게 업무가 토스됐다

 

나는 또 그렇게 군청과 주단위로 미팅과 연락을 하면서 도서관을 꾸역~꾸역 또 만들었고,

용인까지 1톤트럭을 몰고가서 책을 싣고오고, 그걸 또 구역별로 대강 나눠서 책장에 비치시키고....

책을 대여할 수 있도록 하기위해 대여 프로그램을 배워서 책을 또 프로그램에 하나하나 입력시키고.....

군대 추억은 웃으며 말할 수 있다고 누가그래?!

난 정말로 힘들었는데 안힘든척 웃느라 힘들었다

그래서 지금은 웃을 수 없다 ㅋ

 

그렇게 또다른 도서관 리모델링을 마치고......

2020년 1월....... 또...... i.....c.....

군인공제회에서 장병 독서문화 증진 일환으로 우리부대에 도서관 지원금 명목으로 1600만원 정도를 기부했다

어차피 이젠 기록물 담당관 자리도 채워졌겠다~ 내 업무는 아니니까 신경을 안쓰려 했더니만.....

아니 왜 이 공문을 나한테로 처리하는건지.......?

 

또 이유는 이러했다

1. 2018년 후반기부터 공백이었던 기록물담당관 자리가 1년여만에 채워졌다

2. 그동안 업무공백이 발생했던 부분을 메꿔야 하는데, 보직된 담당관은 해당업무를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사람이라 암것도 모름

3. 분기, 반기, 연단위로 하는 기록물 이관 작업을 1년동안 안했고, 그 전 담당관도 안했음 최소 5년은 넘었음

4. 도서관 예산을 집행해야 하는데 거의 1억이 넘어가는 예산을 안쓰다가 연말에서야 부리나케 집행해버리는 바람에 문제가 발생했음

5. 기타등등

....... 그래서 내가 업무경감 차원에서 가져오게 되었다

 

1월에 기부받은 1600만원은 3월 안으로 집행이 되어야하고, 그 결과를 보고토록 해야했는데

솔직히 책 구입은 이미 도서구입 예산이 어마어마하게 있어서 하기 싫었고,

이왕 이렇게 된거, 차라리 부대 실정에 맞게 도서관을 리모델링하는데 쓰는걸로 하는게 맞다고 생각해서

사단 전 부대에 병영도서관을 직접 확인하고 제일 열악한 부대 5곳을 선정하고

책임지고 예산을 성실하고 알차게 사용해줄 담당관을 지정해서 예산을 분배해주었다

그 결과.....

300만원으로 이정도의 퀄리티의 성과를 만들어냈다 ㅜㅜ

진심 각 부대장님들이 내가 전역할때까지 매번 너무 고맙다고 하실정도.....

물론 내가 리모델링을 직접 한건 아니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긴축재정하면서 이정도의 성과를 냈다는거 자체가 셀프 기특함.....

 

중간에 코로나가 터져서 나머지 3개부대의 리모델링 결과를 끝까지 보지 못하고 전역한게 아쉬웠지만

그래도 내가 한 마지막 큰 업무 중 가장 보람된 업무였다

나를 믿고 코시국에도 리모델링을 위해 구슬땀 흘려준 담당관님들과 부대장님들의 모습은 평생 잊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