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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fe/& Latte of 아르미

다사다난 군스토리 - 5(나는야 리모델링 전문가#1)

나는 군대에서 진짜 별걸 다 했다

오죽하면 같은 교육을 받았던 동기들도 '넌 도대체 정체가 뭐냐?'라고 하는건 일상....

 

그 무수히 많은 별 것들 중에 하나가 바로 도서관, 역사관 리모델링 프로젝트....

첫 번째 시련은 사단 역사관 리모델링이었다

 

낡고 낡아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역사관.....

내게 주어진 업무 중 하나가 바로 역사관 운영 및 관리이다

우리부대에는 역사관이 2개가 존재한다. 하나는 신병교육대대에 위치해, 신병 입수료식 간 부모님들이 부대 역사를 볼 수 있도록 하였다

다른 하나는 사단 사령부 안에 위치하여 사실상 가장 목좋은 곳에 떡하니 위치해 있다

 

이 역사관 건물은 8-90년대에 지어진 건물로, 최초 목적은 사단장 집무실이었다

그 이후 사령부 건물이 신축, 증축이 되면서 각 처부 사무실이 되기도 했었던 부대의 역사를 함께한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그리고 마지막 목적으로 사단 역사관이 된 것이다

 

문제는 이 건물이 너무 오래되고 낡아서 건물로서의 제 기능을 못한다는 것이다 ㅎㅎ

건물 주변이 사계절 내내 습하고 젖어있어 건물자체가 어마어마한 습기를 머금고 있다

옛날 건물을 들어가면 그 대리석과 먼지와 습기와 곰팡이가 콜라보를 이루어 내는 특유의 냄새는 기본이요

건물자체가 균열이 가서 여름 장마시즌이면 건물 밖이나 안이나 아주 물바다가 되어버린다

내부만 봐도 어느정도인지 감이 올거다 ㅎㅎ

이 역사관 구성이 내 전임자에 전임에 전임... 에효.. 암튼 내 자리가 원래 준사관 편제였을때부터 이모냥이었다

콘크리트 외벽을 그대로 두고 합판으로 가벽을 세웠고, 그 사이를 메우지도 않고, 환기시스템을 설치하지도 않아서 그냥 물먹는 건물...

 

리모델링 얘기가 나오기 전부터 나는 이 건물을 철저히 방치하기 시작했다

리모델링은 무슨 얼어죽을! 안전진단 D등급 받은 건물에다가 돈을 투자해서 리모델링을 왜하냐!

나는 결사반대했지만 중위 나부랭이 말 듣는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진짜 하기 싫었고, 예산도 없었는데 결국엔 했다....

전역하는 그날까지 기도하면서 살았다

'제발 내가 이 부대를 떠나는 날까지만 멀쩡하게 있어라....'

 

리모델링 하는 과정에서 수백가지 문제점이 발생했는데....

1. 안전진단 D등급을 받았다

일단 안전진단 C등급 이하를 받았다는건 그냥 그 건물 때려부시라는 뜻이다. 덕분에 군수예산으로는 한푼도 받지 못받았다

(군수는 똑똑한거지... 쓸데없는 곳에 예산낭비 안한 셈이니까)

 

2. 건물이 습기를 너무 먹었다

건물의 골격은 콘크리트와 대리석으로 구성하고 천장은 목조로 올려서 엔틱한 분위기가 나오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역사관으로 개조하면서 습기가 절대 빠져나갈 수 없는 구조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 문제점은 리모델링 이후에도 계속된다

 

3. 천장이 석면이다

나 진짜 리모델링 시작하기 전에도 혼자서 석면 아니기를 바랬는데

환기를 위한 디퓨저 설치 과정에서 석면텍스라고 밝혀진거다... 진짜 좌절했다

석면텍스는 발암물질이기 때문에 철거를 위해선 구청에 신고를 하고 철거팀이 와서 엄청난 비용을 내고 철거해야 한다

그 비용은 내가 가진 예산에 절반이다.... 결국 천장을 넓게 트는걸 포기하고 석면위로 석고보드를 덧대서 아예 막아버렸다

 

이 말도 안되는 현장을 보라......

그 밖에 문제들을 떠안고 공보정훈부 선배님들과 머리를 맞대면서 꾸역꾸역 해냈다

고작 아반떼 한대 값으로 리모델링부터 인테리어까지.....

인테리어 구상을 위해 휴가에는 집도 못가고 전쟁기념관, 현충원, 유명 박물관 돌아다니면서 현장답사하고....

육군 박물관, 기록관에 문의해서 역사자료 대여해오고....

 

그렇게 역사관 리모델링 이라는 하나의 미션을 클리어 했는데.... ㅋㅋ

했는데.....!!!

그 뒷 이야기는 2탄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