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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fe/& Latte of 아르미

다사다난 군스토리 - 3 (生과 死)

2019년 3월 5일

아침에 출근길이 썩 즐겁진 않았다

날씨도 추웠고, 훈련하는 기간이라 업무와 훈련을 병행하는건 정말 싫었다

아침일찍 사무실에 나와 훈련준비를 하고 틈틈히 쌓인 업무들도 처리하고

담당관님이랑 커피한잔하고 아침회의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훈련준비와 아침 상황 브리핑을 위해 지휘통제실(일명 지통실)에 계셨던 보좌관님께서

굳은 얼굴로 사무실로 뛰어들어오시더니 책상에 본인 노트와 메모지등을 들고 다시 나가시길래

"벌써 훈련이 시작됐습니까?"라고 물었더니 "아니, 사고 났다. " 딱 한마디 말씀하시고 지통실로 달려가셨다

 

중위로 진급하고 두번째로 출근한 날이었는데, "설마..... 진급 액땜은 아니겠지~" 혼잣말을 했는데

앞에 앉아있던 담당관님이 "맞을걸~" 하면서 놀렸다

"담당관님..... 나만 죽지 않습니다..... 사고나면 다같이 죽는거에요~ 전사망자 처리규정 꺼낼준비하세요"

 

괜한 농담때문에 마음이 쫄려서 나도 지통실로 내려갔다

아침부터 훈련준비를 하느라 이미 지통실에는 수많은 간부들이 위치해있었는데 그때마침 보고가 들어온거였다

지통실 내려가자마자 보고되는 내용을 파악하고 다시 사무실로 올라왔다

나 - "담당관님....."

(멀뚱멀뚱 쳐다보는 담당관님)

나 - "뭐하세요... 내가 전사망자처리규정 꺼낼준비하랬잖아요...."

담당관님 - "하아.........네......."

 

사고내용은 이러했다

1. OO부대가 진지교대를 위해 교대인원을 싣고 OO진지로 향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2. 반대차선에서 달려오던 화물트럭이 중앙선을 넘어 우리 차량과 충돌한 큰 사고였다

3. 우리 차량은 레토나(일명 군토나), 상대차량은 5톤 트럭

4. 레토나는 안전장치가 안전벨트외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에어백, 임팩트빔 일체없음)

5. 더구나 우리차량엔 탑승정원 6명이 모두 타고 있었다

 

사고내용을 접함과 동시에 모두 자신이 맡은 사고대응절차를 따라 일사천리로 움직였다

안전담당관은 즉시 현장으로 출동하였고,

나와 담당관은 제발 최악의 상황이 나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대기타고 있었다

 

출처 : 구글이미지 검색

사고현장 사진이 도착하였고, 다들 경악을 금치 못했다

위 사고사진은 모든 환자들이 다 병원으로 이송된 후 현장정리된 사진이지만, 내가 받은 사진은 저 구겨진 차량 사이에

처참히 끼여있었던 장병들을 보았다

 

정말 너무나도 다행이었던 것은 사고가 발생한 직후, 야간 당직을 마치고 퇴근하는 소방관분들이 때마침 지나가셔서

빠른 구조가 가능했다

 

앞서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기를 기도했지만....

운전대를 잡았던 故현OO중사(1계급 특진 추서)가 현장에서 즉사하였다는 보고를 받게 되었다

이후 병원으로 후송되는 과정에서 용사 한명도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우리는 규정대로 절차를 진행하였고, 유가족지원팀 운영부터 합동영결식까지 일주일은 온전히 사고처리에 집중하였다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해본 전사망처리업무이기도 했지만, 정말 평생 잊지못할 안타까운 사건이었다

 

평안함이 가득한 그곳에서 편히 쉬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