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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avel/& 2024 Philippines

필리핀 외노자 생존기_9(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지난지가 언젠데 2024년 스토리를 2025년 1분기가 끝나가는 시점에 포스팅을 한다

 

필리핀에서 맞는 2번째 크리스마스 시즌

 

필리핀 사람들은 성탄절을 가장 큰 이벤트로 여기고 살아간다

그래서 이른바 'ber' month가 되면 하나 둘씩 성탄 꾸미기가 시작된다

10월달에 찍은 길거리 풍경

 

필리핀에서 처음 사귄 친구를 만나 오랜만에 외식을 한 날

현지 음식을 경험하게 해주겠다며 고추튀김을 사줬는데, 이야 이거 완전 우리나라 고추튀김이랑 똑같네......

현지에서는 '다이너마이트'로 불린다

매콤하면서 속에는 당면이나 고기를 채워넣고 튀겨내는데, 가격은 보통 3-4개에 한화로 약 2000원 정도(80페소)

 

맛이 아~~~~주 훌륭해서 이거 얻어먹은 다음부터는 눈 앞에 튀김가게가 보이면 무조건 사먹는다

그리고 함께 먹은 메추리알 튀김

이것도 그냥 분식집에서 먹는 계란튀김 맛 그대로다

 

필리핀에 살면서 가장 만족스러운건 음식을 사먹을 때마다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점

한국은 물가가 상승하면서 이제는 김밥 한줄도 3000원이 넘어가는데다가 그 양이나 퀄리티에 추가로 실망하는 경우가 있는데

필리핀은 그런게 없다

저렴해도 충분하고, 비싸면 더 푸짐하고..... 야박하지 않다

아, 근데 한인사람이 파는 음식은 X야박하다..... 같은 동포가 창피한 나라......

 

원래는 연말에 한국을 갈 생각이 없었는데, 회사에서 딱히 일이 없다보니 유급이든 무급이든 휴가 가도 된다길래

덥썩 물어버리고 한국에 들고갈 선물들 왕창 사재끼기 시작

내가 한국에 들고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해외에서만 구할 수 있는 4D 과일젤리였는데......

지금은 올리브영에서도 팔더라.....

(필리핀 기념품 사봤자, 다 한국에서 똑같은 가격에 판다...... 현지에서만 파는거 아님 앵간한 기념품은 사지마라)

 

퇴근하고 마트에서 장 보다가 졸리비 모녀를 목격 ㅋㅋㅋㅋㅋ

졸리비 코스튬하고 아장아장 걸어가는 애기가 너무 귀여워서 찍음 ㅋㅋㅋㅋㅋ

 

필리핀에서 식재료 못구하는 어려움은 전혀 없다

다만 발품을 팔아야 한다는 단점?!

내가 뭘 먹고 싶은게 있으면 일단 마트 두 세군데는 돌아다니면서 필요한 식재료를 구해야 하기 때문에

먹기 전에 다이어트가 절로 되는 기적

 

겉절이, 보쌈, 쌈무는 한국에서도 여러번 만들어봤기 때문에 어렵지 않았지~

 

1년에 많아야 한 두번 가는 BGC를 오랜만에 가서 굽네치킨을 먹었다

필리핀에서 BBQ는 먹어봤는데 굽네는 이때 처음 먹어봤지.....

그냥 한국에서 파는 맛이랑 똑같은데?!

뭔가 외국인들이 많이 있으니까 명동점에서 먹는기분

 

11월이 되고, 나는 입사 1년차가 되었고.....

12명으로 시작한 입사 동기가 6명밖에 남지 않은 기적.......

그나마 업무시간이 비슷한 동기들이랑 퇴근하고 소소하게 입사 1주년 기념 식사를.......

 

필리핀은 크리스천이 많기 때문에 인터넷 쇼핑몰을 대충 뒤져도 크리스천 관련 굿즈들이 정~~말 많다

한국 가져갈 선물을 고르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

한국을 가면 항상 기쁘게 맞아주는 동생 부부들이랑 동기, 교회 교역자분들께 드릴 선물들이랑

25년 1월에 튀르키예로 단기선교가는 멤버들 선물, 선교물품 등을 바리바리 샀다

한국에서 이런 퀄리티에 주문제작 굿즈를 만든다면 돈이 어마어마하게 들었겠지만..... 필리핀이라 가능한 가격과 퀄리티!

 

 

내가 살고 있는 집에서 걸어서 1분거리에 매일 저녁마다 튀김을 파는 포장마차가 나온다

다이너마이트 맛에 미쳐서 진짜 맨날 사먹다보니, 포장마차 주인이랑 친해졌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고 물어보면 1순위는 돈까스, 2순위는 짜장면인데,

내가 사는 알라방 지역에 중식당이 3-4개 정도 있다

근데 진짜 다 맛없다............ 그냥 흉내 낸 정도지...... 이걸 맛있다고 하면서 먹기엔 참........

더구나 전부 BF홈 빌리지 안에 있어서 접근성도 별로고.... 배달비도 비싸서 회사에서 다같이 먹을때 아니면 사먹질 않는다

 

그러다가 '내가 직접 해먹으면 되잖아?!' 생각나서 바아로 춘장에 호박, 면, 양파, 고기 등등 재료 구해서

짜장소스 뚝딱......

 

내가 만든거지만 진짜 맛있다......

단점..... 나는 1인분을 못만든다.......(어머니 닮음)

 

필리핀 식재료중에 치킨스톡, 이른 바 MSG가 정말 다양하고 심지어 사이즈별로 팔기 때문에 1인 가구인 나도 참 쉽게 써먹는다

사실 MSG를 잘 안써먹는 편인데 짜장에 MSG가 안들어가면 건강한 맛(?)이 나기 때문에 치킨스톡은 필수지......

내가 만든 볶음밥, 내가 만든 겉절이, 내가 만든 짜장소스........

1인분을 못만들어서 이틀 동안 짜장만 먹은게 함정......

그래도 고기 듬뿍 들어간, 월급쟁이에 소소한 행복......

 

내가 한국가기 일주일 전 한국은 눈이 어마무지하게 왔다

 

나는 눈이라고는 존재할 수도 없는 필리핀에서 크리스마스 트리만 주구장창 본다

 

교회 동생 선물해주려고 기타 피크 사려고 오랜만에 올티가스까지 올라와봤는데

보통 알라방에서 MOA나 마카티, BGC까지 40분에서 1시간 이상 걸린다고 한다(자가용 기준)

근데 나는 항상 버스, 전철, 지프니를 타고 다니는데도 그렇게 오래 걸려본 적이 없다

 

알라방에서 메가몰까지 한 시간이 안걸리는데 왜 다들 멀다고 하는건지....

필리핀 전철은 우리나라에 비하면 정~~~~~~~~~말 낙후되어 있는데 이게 최신식 이라는 것도 참 놀랍다

전철 역사도 후줄근하고, 분명 나랏일 하는 공무원들이 중간에 열심히 삥땅치는게 확실하다

그나마 내 입장에서 만족스러운 건 전철요금이 한화로 500원밖에 안한다는거?

 

드디어 12월이 되었고, 나는 휴가를 떠난다

내가 애정하는 세부퍼시픽항공

물론 등받이 고정에 닭장 같은 기내 수준이지만, 일단 저렴하고 새벽일정에, 수하물이 너무 저려미 하잖아!!!!

 

심지어 세부퍼시픽 조종사들은 베테랑만 뽑는게 확실해....

단 한번도 충격있는 랜딩을 경험해 본 적이 없어!!!! 퍼펙트 랜딩!!!! 키야.......

 

뭐 황금연휴랍시고 인천공항 출입국 시간이 3-4시간 걸린다고 뉴스에 하도 많이 나와서 그런지

새벽부터 사람들 어마어마하게 있고......

 

한국을 올 때마다 감탄하는거지만, 너무 빨리 개발되고 많은게 바뀐다

내가 한국을 떠날 때까지만 하더라도 터파기가 한창이던 아파트 건설현장이 어느새 입주 준비를 하고 있고....

 

부모님이 먹고 싶은거 실컷 먹고 가라고 하셨지만....

한국음식이 그립지 않을 정도로 필리핀에서 너무 잘 먹고 잘 살고 있다보니....ㅎㅎ

그냥 생각나는대로 먹는게 전부?! ㅋㅋㅋ

 

오랜만에 교회를 갔더니 성탄절 분위기 물씬나는 교회가 되어있네

언제나 늘 바쁘고 바쁜 우리교회

꼴랑 1년 해외 살았는데 그 사이에 교회가 너무 부흥해서 이젠 아는 얼굴이 거의 없다는거....

 

오랜만에 내 나와바리 트리플스트리트도 가서 올리브영이랑 다이소 한번 털어주시고,

나를 지 똥으로도 생각 안하는 우리집 댕댕이랑 산책도 나가주고

(저 사진봐... 주인은 쳐다도 안보고 딴 사람만 그윽히 쳐다보는거...)

 

생각해보니 필리핀에서 진짜 맛있는 파스타를 먹어본 적이 없네?

굳이 찾아볼 생각도 안했고, 기대도 안했던터라, 한국 온 김에 어마마마랑 데이트할 겸 파스타집을 갔는데 오 훌륭해

 

곧 신혼부부가 되실 연상연하 커플 만나서 오랜만에 수다도 떨고, 밥도 먹고, 신혼여행 뱅기 티켓 발권하는 것도 도와주고

(예약 실수로 국제전화비 2만원 넘게 나온건 애교)

*이제와서 말하는거지만 루프트한자 안타고가길 참 잘했다 동생아...... 너 한국 못왔어..... ㅋㅋㅋ

 

짧은 일주일 휴가 최대한 꽉꽉 채워서 보내겠다고 강원도가서 보드도 타고

 

횡성이면 당연히 한우지(그냥 멘트일 뿐 요즘 횡성한우 맛없음)

필리핀에서 제일 하고 싶었던게 메밀베게 속 교체하는 거였는데, 당연히 메밀껍질을 필리핀에서 구할 수가 없잖아

쿨하게 메밀의 본고장 봉평까지 달려가서 국산 메밀껍질 사오기

 

필리핀으로 돌아가는 날 마지막 만찬으로 중식!

역시 차이나타운은 날 실망시키지 않아!!!

 

나는 나름 공항에 여유있게 왔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체크인 마지막이었더라?

덕분에 레그룸 제공받아서 편하게 오긴 했다만.... 내가 그렇게 늦게왔다고?

 

이젠 필리핀 날씨에 적응을 했나보다

'오 제법 쌀쌀한데? 곧 있음 눈 내리것다' 오바 떨 정도로 밤 날씨는 춥게 느껴진다

 

유흥은 1도 안하는 노잼 라이프를 살다보니 혼자 스트레스 풀거리를 찾다가 발견한 오락실 '타임존'

아주 그냥 여기 있는 인형뽑기는 다 내가 싹쓸고, 벌써 포인트도 2만포인트 넘게 모아벌임

 

그리고 연말에 같은 동포에게 뒷통수 제대로 맞은 날.....

난 분명 파닭을 시켰는데 양파 쪼가리 듬성 들어가있는 이 조잡하고도 개판인 파닭은 뭐지?

 

별점 테러

 

크리스마스 이브에 같은 부서 형님으로부터 저녁 초대를 받아 푸짐한 식사와 함께 오순도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생각도 못한 연말 선물들도 받았다

 

회사도 곳곳에 성탄절 데코도 구경하고, 입사 메이트한테도 선물도 받고~ 좋아좋아

메리크리스마스인건 알겠는데 파업좀 하지마라..... 룹탄아.....

 

참 별거 아닌데도 곳곳에 감사투성이였던 2024년을 보냈고,

어찌보면 사회생활한 경험 중에 가장 잊지 못할, 그리고 역대급 커리어를 쌓은 한 해였다

일 하면서 창피할지언정 적어도 욕은 먹지 말자라는 각오로 달렸더니, 내 직급에서 할 수 있는 최대치까지 달성할 수 있었다

 

내년에도 다이나믹하게 한번 즐겨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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