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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항공기는 비행중엔 문이 열린다(아시아나 개문사건)

지난주, 제주발 아시아나 여객기에서 비상문이 열리는 사건이 있었다.

비상구 좌석에 앉아있던 승객이 착륙을 시도하는 시점에 문을 열어버린 것이다.

 

이 사건이 발생한 이후로 대부분에 기사에는 '왜 항공기 문은 이렇게 쉽게 열리나', '안전조치가 없었나', '너무 허술한 것 아닌가' 등등 항공기를 중심으로 사건에 초점을 잘못 잡아가고 있다.

 

Q&A형식으로 이번 사건과 항공기에 대한 기본 상식을 알아보도록 하겠다.

 

Q. 앞서 뉴스에서 이번 사건에 초점이 잘못 잡혀있다고 하는데 그럼 어떤 초점으로 봐야하는 것이냐?

A. 이 사건에 초점은 '비행중에 문이 왜 열리는가?'를 따질게 아니라 '왜 열렸는가?'를 따지는게 맞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당연히 항공기 문이 열리지 않는게 맞다. 왜냐? 정상적이니까.... 열 이유가 없는거다.

 

Q. 그럼 이번 사건은 비행이 정상적이지 않았다는 것인가?

비행 자체는 정상적이었지만, 비행중에 개문을 시도한 승객이 비정상적이었던 것이다.

 

Q.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항공기를 탑승할 때, 승무원은 비상구 좌석에 앉은 승객에게 비상시 승무원에 지시를 따라 행동할 것을 요청하고 확인 받는 절차를 진행한다. 이게 항공규정이기 때문이다. 비상구 좌석에 앉아본 사람이라면 다들 어렴풋이 기억이 날거다.

 

즉, 정상 비행중인 항공기에서 승무원에 지시도 없는 비정상적인 행동을 했기에 이러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Q. 항공기 문은 쉽게 열리는가?

A. 상황에 따라 다르다. 근데 내 입장에선 쉽게 열린다고 하고 싶다.

쉽게 열린다는 의미가 '쉽게 열려서 문제다'가 아니라 '쉽게 열려야 하는게 맞는거다'라는 의미로 생각하는게 맞다고 본다.

 

항공기가 지상에 멈취있으면 비상구를 포함한 모든 문은 AUTO모드로 설정되어 있다.

마치 버스나 지하철 문이 운전기사, 조종사의 컨트롤로 문이 열리고 닫히듯이 항공기도 파일럿이 모든 문을 컨트롤 할 수 있도록 설정되어 있는 것이다.

(단, 구형 항공기는 완전한 컨트롤이 아닌 확인 목적에 컨트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AUTO모드로 설정되어 있던 항공기는 모든 승객이 탑승하고 메인 도어가 닫히면 그즉시 각 구역에 위치하고 있던 승무원들이 AUTO모드에서 Manual모드로 전환한다.

여기가 중요하다.

Manual모드로 전환된 순간부터 기내에 탑승한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그 문을 열 수 있다.

 

Q. AUTO모드와 Manual모드에 차이가 있는가?

A. 문이 열리는건 동일하다. 사실 AUTO모드에서도 누구든지 문은 열 수 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AUTO모드는 그냥 문이 열리지만, Manual모드는 문이 열림과 동시에 문 아래에 내장되어 있는 슬라이드가 터져서 나온다.

 

Q. 그럼 그냥 AUTO모드로 비행을 하다가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그 때 Manual로 전환하면 되는거 아닌가?

A. 맞는 말이긴 하다. 근데 비상상황이라는 것 자체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르는건데....

예를 들어 비행기가 문제가 생겨서 추락을 했다. 근데 항공기 문을 관장하는 시스템이 먹통이 되서 Manual모드로 전환이 불가하다면? 그리고 1분 내로 승객 전원이 대피해야 하는데 승무원이 문으로 달려가서 모드를 바꾸고 문을 열고 시간내에 대피시킬 수 있을까?

항공기 관련한 모의훈련이나 실험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결과가 이미 존재한다.

 

즉, 질문 자체가 이미 결과적으로 불가능하고, 오류임을 알 수 있다.

 

Q. 그럼 항공사나 항공기에 문제는 없는 것인가?

A. 아니다. 문제가 있다.

나는 비상구 좌석을 마치 스페셜한 넓은 좌석으로 이해시키고 좌석을 추가운임을 받아가면서 판매한 항공사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원칙상 비상구 좌석은 건장한 남성, 군인, 승무원 교육을 받은 승객 등 비상상황시 승무원을 도와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승객이 앉도록 규정화 되어있다.

 

실제로 나는 항공서비스학을 전공했기에 비상시 매뉴얼을 숙지하고 있고, 훈련도 받았었기에 공항에서 체크인을 할 때 종종 내 전공을 얘기하면 비상구 좌석으로 배정해주기도 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비상구 좌석이 상품화 되면서 항공사들이 안전보다 이윤을 추구하기 시작했지..........

 

항공기는 문제가 없다.

비상상황은 아니지만, 비상문도 잘 열렸고, 슬라이드도 잘 터진거 같고.......

 

결론.

기내에선 승무원에 말을 잘 듣고, 쓸데없은 행동은 하지 말자.